남자는 매번 사정(오르가슴) 후 일시적이지만 가볍게 후회와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당연히 우울해지지요. 이는 실제로 혈중에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이 급격히 상승해서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한데 대부분 이를 진화성학적으로 풀이합니다. 대부분의 동물들이 교미 중에 더 죽음의 위험에 처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마치고 돌아서 가게 되어 있습니다. 이를 위한 방책이라는 것입니다. 남자들의 조루가 여기서 왔다고도 합니다.
종교와는 직접 관계가 없습니다. 유럽에 그리스도교가 들어온 이후 ‘육체가 적’이 되었으니까 그렇게 보이기는 하지만 그 훨씬 이전인 159년경 갈렌(Galen)이 ‘지구 의 모든 동물들은 교미를 하면 슬퍼지지만, 인간 여자와 수탉만은 예외다’라 한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의 말도 틀렸지요.
여자들도 약 반 수의 경우에서 일생에 적어도 한번 이상 이런 경험을 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물론 자신이 동의했던 성교 후의 얘기지여. 이를 ‘성교 후 우울(post-coital tristesse, PCT, 또는 post-coital blue, PCB)이라고 하는데, 이는 ’성교 후 증후군(post-coital illness syndrome, POIS)’과 구분되어야 합니다. 후자는 남자의 정액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일어나는 일종의 병이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이런 ‘우울’들이 진화 때문이던지, 생화학적 영향이던지 또는 자신의 본색이 드러난 무안함 때문이던지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영국의 빅토리안 억압이나 도덕적인 측면도 무관하진 않겠지만 본질적으로 인간에게 존재하는 것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여자에게 이런 ‘우울’이 오는 이유로 ① 덜 준비된 상태에서 이루어졌음 또는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② 사랑의 결핍, ③ 여자도 프로락틴이 상승하기 때문에, ④ 정신적 결합이 육체적 결합에 훨씬 못 미친 데 대한 죄의식 등을 들기도 합니다. 참고로 ‘우울’과 ‘우울증’은 다른 것입니다.